Page 54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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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자유는 용기에서 꽃핀다.
또 다시 새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어른이 된다. 새롭게
계획을 짜고 성숙을 다짐한다. 각계에서 쏟아내는 신년사들이
실현됐다면, 이미 지상낙원을 만들고도 열 트럭은 남았을 것
이다. 올해엔 아주 조금이라도 덜 ‘헬조선’스러운 나라가 되기
를, 미련한 마음으로 꿈꿔본다. 조금만 더 한번만 더,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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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칙
마조의 불편함(馬師不安, 마사불안)
마조도일(馬祖道一)이 몸져누웠다. 누군가 물었다. “요즘
건강이 어떠십니까?” 마조가 말했다. “일면불(日面佛)! 월
면불(月面佛)!”
‘일면불 월면불’은 사실상 마조의 열반송이다. 일면불은 수
명이 1800세에 이른다는 부처님이다. 반면 월면불은 하루살이
다. 그러므로 마조의 대답은 무슨 거창하고 심오한 의미를 품
은 게 아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이러한 농담 한마디를 가지고 수십 년을
참구했다면 웃음거리나 될 일이다. 하기야 취미생활이라면 할
말이 없으나…. 여하튼 자구 해석에 매달릴 게 아니다. 죽음
앞에서도 농담을 던질 수 있었던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또한 1800년을 살아도 언젠가는 죽는다. 단 하루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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