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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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 보살이 있는 곳을 따로 알려 주지 않았으므로, 선재
                 는 오직 보현 보살을 만나고자 간절히 염원하게 되었다. 그리
                 고 그 간절한 염원에 따라 선재는 마침내 보현 보살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장소는 다름 아니라 자신이 최초로 머물렀
                 다 떠났던 여래의 법회였다. 보현 보살은 선재가 참여했던 여

                 래의 회중(會中)의 보련화사자좌(寶蓮華師子座)에 앉아 조금
                 도 움직이지 않고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연수 스님은 이 대목에서 매우 깊은 감명을 받으셨던 것 같
                 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지셨던 것 같다. 맨 처음 선
                 재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보이지 않았던 보현 보
                 살이 마지막에는 왜 그렇게 분명하게 보였을까? 뭐가 달라진

                 것일까? 이에 대해 연수 스님은, 처음 여행을 떠날 때의 선재
                 의 마음은 눈앞에 엄연히 진리가 드러나 있어도 보지 못하는
                 상태였음에 반해 오랜 구도 여행을 거친 뒤 선재의 마음은
                 세상의 진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만큼 크게 열렸던 것
                 이라고 파악하였다. 더 나아가 선재가 만났던 53인의 선지식
                 들은 선재의 외부에 있는 어떤 대상들이 아니라, 선재의 마음
                 에 담겨 있던 여러 가지 훌륭한 품성들이 최대한 발현되는 것

                 에 다름 아니라고 보았다. 이러한 연수 스님의 생각은 『명추
                 회요』 256쪽에 잘 나와 있다.


                     보현 보살은, 바로 자기 마음이 증득하는 대상이 법계 (法
                     界)의 다함없는 오묘한 수행이므로, 선재가 비록 법계를
                     두루 다니며 모든 선우(善友)를 참방했지만 보현 보살을

                     만나려 할 때는 별다른 지시를 빌리지 않았고, 곧바로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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