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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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했으니 이는 남 이기기를 좋아하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
남조 양나라 때 이런 풍조가 다시 일어나 『장자』·『노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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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을 묶어 삼현이라 했다.” (강조는 필자)
안지추가 현학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음이 인용문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의 기록에 나오는 현종玄宗은 노자·장자의 사상을 연구하는
현학을 말한다. 특히 “『장자』·『노자』·『주역』을 묶어 삼현이라 했다.”는 부
분에서 위진현학과 노자·장자철학이 깊은 관련이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세설신어·문학 제4』에 전하는 대화 역시 음미할만하다.
“완선자(완수阮修. 270?~312?)는 당시 명성을 얻고 있었다. 태위 왕
이보(왕연王衍. 256~311)가 그를 만나자 질문했다. ‘노자 장자의 말
과 성인(공자)의 가르침은 같은가 다른가?’ 완선자가 ‘아마도 같지
않을까요!’ 대답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왕이보는 완선자를 발탁
해 연掾이라는 관직을 내렸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삼어
연三語掾(세 마디 말에 연이라는 관리가 되었다는 의미)이라고 불렀다.
위개가 이 소식을 듣고 비웃으며 말했다. ‘한 마디면 될 것을 세
마디씩이나 할 필요가 있나!’ 완선자가 말했다. ‘만약 천하에 덕
망이 널리 퍼진 사람이라면 말없이 발탁되는 법! 어찌 한마디라
도 말할 필요가 있나!’ 마침내 위개와 완선자는 친구가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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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괄호·강조는 필자)
12) 顔之推著·王利器撰, 『顔氏家訓集解』, 北京:中華書局, 1993, pp.186~187.
13) [南朝宋]劉義慶著·張萬起等譯注, 『世說新語譯注』, 北京:中華書局, 1998,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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