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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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점이다. 배위가 자생론自生論을 제창했다는 점이 인용문이 세 번째로
           알려주는 사실이다. 만물의 탄생은 자생 즉 스스로 생기며, 비록 스스로 생

           기지만 유有를 본체로 한다. 자생과 유는 체體·용用의 관계이며, 허무虛
           無는 유有가 결핍된 상태라는 주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여기서 네 번째 사실이 도출된다. 배위가 이해한 무無는 생성론·
           본체론 적인 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배위는

           귀무론 현학이 주장한 본체론적인 무를 경험세계의 허무虛無(아무 것도 없는
           것)로 끌어내려 버렸다. 배위의 귀무론 비판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

           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배위가 본체론 적인 유有를 제안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현학의 관심을 관념적인 문제에
           서 현실적인 사물事物로 옮긴 것은 배위의 공로다. 명교를 세울 본체론적

           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과 곽상의 독화론獨化論 현학이 태어날 기초를 마

           련해놓았다는 점 역시 그의 업적이다.



             곽상의 독화론獨化論



             배위에 이어 현학사상의 무대에 등장한 곽상(郭象. 253~312)은 무無가
           유有를 만들어낸다는 점도, 유가 능히 무를 생기게 한다는 점에도 동의하
           지 않았다. 다만 만물은 “홀로 스스로 생겨난다[塊然而自生].”고 주장했다.

           『장자집석莊子集釋』에 이와 관련된 곽상의 주注가 있다.



             [1] “  무無는 이미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有를 낳을 수 없다; 유는 아직 생
                 기지 않았기에 생성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생生을 생기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홀로 스스로 생겨난다. 스스로 생겨나지, 내가 생기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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