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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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근거로 하기에 아무 것도 없는 허무虛無는 단지 유有가 없
                어진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조건에 따라 키워져 이미 존
                재하는 유有를 무無의 작용이 능히 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스림의 이치에 의해 이미 존재하는 여러 사람을 무위無爲가 능

                히 교화하고 길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心]은 일이 아니
                다. 그러나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마음에 의지해야 한다. 일을 하
                는 마음이 일 자체가 아니라고 마음을 무無로 간주해서는 절대

                안된다. 장인匠人은 그릇[器]이 아니지만, 그릇을 만들 때는 반드

                시 장인에 의지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릇을 만드는 장인이 그릇
                과 같지 않다고 장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서는 안 되는 것
                과 똑 같다. 깊은 물속에 있는 고기와 용을 편안히 누워서 잡을

                수는 없다; 높은 벽 위에 있는 날짐승을 공손히 손을 잡은 채 잡

                을 수는 없다; 정성을 다해 물고기 잡는 미끼를 거는 것을 무지無
                知가 능히 할 수는 없다; 이로 보건대 유를 숭상하는 숭유崇有가
                이미 있는데, 허무虛無가 민중에게 무슨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건

                   39)
                가!”  (강조는 필자)


              인용문은 많은 사실을 알려 준다. 귀무론과 자연론 현학의 영향으로 관
            리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고, 유교적 예법은 방치되어 정치가 바르게

            이뤄지지 않아 숭유론 현학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 배

            위는 『노자』의 “무에서 유가 생긴다.”는 구절을 편향된 가르침으로 치부했





            39)  [唐]方玄齡等撰, 『晉書』卷35「裵頠傳」, 北京:中華書局, 1999, pp.683~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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