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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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요컨대 대자적 관계가 자기와의 존재관계이고 자기가 대타적 존재가
           능인 한에서, 대자적 관계는 ‘대타적 존재가능에 대한 존재적 관계’인데,
           이때의 존재적 관계가 역시 존재가능이므로, 결국 대자적 관계는 대타적

           존재가능에 대한 존재가능의 관계라는 것이다.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이

           것이 『존재와 시간』이라는 책에서 하이데거가 전개한 마음의 분석이다. 대
           자적 관계는 ‘자신의 존재에 있어서 이 존재 자체를 문제시함’이기도 한데,
           이것을 하이데거는 ‘실존’이라고 부른다. 결국 인간은 대자적 관계를 갖고

           있는 자, 곧 실존하는 자이다.



             4. 인간은 ‘대타적 존재관계’에서도 선택을 행할 수 있고, ‘대자적 존재

           관계’에서도 선택을 행할 수 있다.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존재관계는 (‘격의
           없이 대한다’, ‘거리를 두고 대한다’, ‘때에 따라 거리를 정하면서 대한다’ 등“일 수 있기”

           때문에) 존재가능에 해당하며, 우리는 이 존재가능이 지닌 여러 가능성들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대개 선택하지 않고 살아간다.
           아니, 세상 사람들이 선택한 가능성을 부지불식간에 선택한 채로 살아간

           다. 비의지적 선택 속의 삶, 그것을 하이데거는 “일상성”에서의 실존이라

           고 부른다. 대타적 존재관계에서의 선택은 대자적 존재관계에서의 선택을
           전제로 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의 방식대로 살면서 대타적 존재관계를 ‘등
           한시할 수도’ 있고, 나의 절대성과 유한성을 염두에 두고 대타적 존재관계

           를 ‘책임지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책임지려는 자세는 나의 절대성(타인에

           의한 대체불가능성)과 유한성(죽음의 회피불가능성)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고,
           이러한 자각은 하이데거에 따를 때 양심의 부름에서 비롯된다. 그가 말하
           는 양심이란 ‘자신의 존재를 염려하는 자기 자신’을 가리킬 뿐, 심리적이거

           나 사회적이거나 종교적인 개념이 아니다. 양심의 소리를 듣고, ‘대타적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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