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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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자기의식(자기개시성)은 대상의식(존재가능)을 증명하고 저장하는 의식
으로 대상의식과 동시발생적이다. 그렇다면, 자기의식이 (대상의식이 아닌)
반성의식과 맺는 시간적 간격은 어느 정도일까? 후자는 전자와 동시적일
수도 있는가, 아니면 후자는 전자보다 언제나 사후적이기만 한 것일까? 사
후적이기만 하다고 볼 경우, 의식구조는 대상, 대상의식, 자기의식, ‘사후
적’ 반성의식이라는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사후적’ 반성의식은 (자기의식이 이미 저장해 둔 ‘이전의 대상의식’을 ‘대상’으
로 삼는 의식이므로) 이전의 대상, 지금의 대상, 미래의 대상에 모두 관계하
는 (기억하고, 지각하고, 예상하는) 대상의식에 포함될 수 있고, 이로써 의식구
조는 대상, 대상의식(‘사후적’ 반성의식 포함), 자기의식이라는 3요소를 지니게
된다. 반면에 동시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면, 위의 3자 외에 ‘동시적’ 반성
의식이 별도의 요소로 의식구조에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동시적’ 반
성의식은 ‘이전의 대상의식’을 대상으로 삼는 의식이 아니라, ‘자기의식’ 자
체를 대상으로 삼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이리 보면, 심4분설과 심3분설은
‘동시적’ 반성의식의 인정여부에 따른 귀결이다.
7. 심4분설의 입장에서 보면, 명상은 자기의식과 ‘동시적인’ 반성의식에
의해 자기의식을, 또 자기의식과 ‘동시적인’ 대상의식을 관조하는 것이다.
명상에서는 대상의식, 자기의식, 반성의식이 동시적이다. 자기의식과 동
시적인, 이로써 물론 대상의식과도 동시적인 반성의식의 작용은 관조이
다. 관조는 지관止觀에 불가결한 요소이다. 자기의식을 관조하면서 이와
동시적인 대상의식을 점차 소멸시키는 것이 사마타(止)라고 한다면, 자기
의식을 관조하되 이와 동시적인 대상의식을 소멸시키지 않고, 다만 이것
의 옳고 그름을 알아차리는 것은 위파사나[觀]일 것이다. 유교에서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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