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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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어긋나고 만다. 마치
밥을 씹어 남에게 주는 것처
럼 맛도 없고, 먹는 사람을 토
하게 만든다.”고 비분강개
해(?) 말했는지도 모른다.
남송의 요면(姚勉. 1216∼1262)
이 「증준상인시서贈俊上人詩序」
에서 “한나라 스님들은 경전
을 번역했고, 서진·동진의
스님들은 강의를 했으며, 양
나라와 북위부터 당나라 초기
까지의 스님들은 선禪을 수행
사진 5. 불교시대사가 선보인 『불교경전 성립의 연구』.
했으나 시詩는 없었다. 만당晩
唐 때 선禪이 번성하고 시詩도
16)
크게 흥성했다. 송나라에 들어와서도 시는 크게 유행하고 있다.” 고 말했
는데, 각 시대의 불교적 특징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그의 말은 큰 틀에서 역
사적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다.
아무튼, 번역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적확한 단어와 의미 하나를
찾기 위해 역경승들은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다. 지금 우리가 읽는 한역 경
전들은 그들의 고뇌의 산물이다. 역경자의 고뇌와 역경의 의미를 마음 깊
16) “ 漢僧譯, 晉僧講, 梁魏至唐初僧始禪, 猶未詩也. 唐晩禪大盛, 詩亦大盛. 吾宋亦然.” [南宋]姚勉著·
曹詣珍/陳偉文校點, 『姚勉集』, 上海:上海古籍出版社, 2012,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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