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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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관계’에 대해 ‘책임지는 방식으로 관계맺음’은 ‘대타적 존재관계’에 대해
‘무책임한 방식으로 관계맺음’과 구별된다. 전자를 하이데거는 본래적 실
존이라고 하고, 후자를 비본래적 실존이라고 한다. 이 둘 중의 하나를 우
리는 가끔 선택한다. 그러나 대개는 선택 없이, 아니 세상 사람들의 선택
을 선택한 채로 존재한다.
5. 그렇다면, ‘대타적 존재관계에 대한 존재관계’의 선택은 “현상학적으
로” 다시 무엇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가? 하이데거는 그것을 자기개시성
Sebst-erschlossenheit, self-disclosedness이라고 부른다. 자기개시성이란 개
인에게 자기가 개시되어 있음을, 곧 개인에게 대타적 존재관계와 대자적
존재관계가 언제나 이미 알려져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자기개시성 덕분
에 이러한 자기개시성을 들여다보는 자기반성이 비로소 가능하다. 자기개
시성은 후설의 용어로는 자기의식Sebst-bewusstsein, self-consciousness에 해
당한다. 후설은 인식론자로서 자기의식 덕분에 자기인식이 가능하다고 보
고, 하이데거는 존재론자로서 자기개시성 덕분에 본래적 실존이 가능하다
고 본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인간의 존재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존재가능의 실행(대타적 관계와 대자적 관계), 2) 존재가능이 언제나
이미 알려져 있음(자기개시성), 3) 2중적 존재가능의 반성적 선택(본래적 실
존). 후설이 말하는 인간의 인식과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대상에 관한 의식의 진행(대상의식), 2) 대상의식이 언제나 이미 의식되어
있음(자기의식), 3) 대상의식의 반성적 파악(자기인식). 후설의 자기의식과 하
이데거의 자기개시성을 구태여 비교하면, 전자에서는 대상의식의 ‘증명’이
강조되고 있고, 후자에서는 존재가능의 ‘저장’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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