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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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 어렵다.”는 다섯 번째 단락으로 근본적인 정취를 쓴 것이다. 승조의
           본래 뜻을 기술해, 『노자』·『장자』와 다르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신도神
           道는 신묘한 가르침 즉 불도佛道를 말한다. 민敏은 빠르다는 뜻이다. 회繪에

           대해 『논어』는 “회는 그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글은 간략하고 의미는 깊

           어, 중생심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부분은 논을 지음에 글은 한계가 있
           고, 이치는 넓고 깊어, 만약 『노자』·『장자』의 말 등을 빌리지 않는다면 지
           극한 이치를 널리 펼 수가 없음을 밝힌 대목이다. 어떤 책은 ‘설說’로 되어

           있고, 어떤 책은 ‘궤詭’로 적혀 있다. 궤는 바뀌다·변한다는 의미다. “승조

           의 마음에 어찌 생각함이 없겠는가!”는 승조가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있
           지, 어찌 이치에 맞지도 않게 『노자』·『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붓다의
           가르침으로 삼겠는가! 진실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如復殉狎其言, 願生生不面”者, 殉字合立人邊作旬, 以身從物, 謂之恂.

           今作殉者, 則是送死, 謂之殉也. 狎習也,合也. 意若復有人, 殉狎此言者, 我
                                                               46)
           卽願生生不與此人面對也. “至獲忍心, 還度斯下”者, 得無生忍 , 方還度此
           下品人耳.

             “만약 누가 승조를 비방하는 말을 믿고 따른다면, 세세생생 그와는 만

           나지 않겠다.”에서 ‘순殉’자는 ‘사람 인人’변에 ‘열흘 순旬자’를 붙인 것이다.
           몸으로 어떤 사물을 따르는 것을 가리키며 ‘따를 순恂’이라 말한다. 지금 사
           용한 ‘죽을 순殉’자는 ‘따라서 목숨을 바치다’는 의미로 ‘순殉’이라 한다. ‘익

           숙할 압狎’은 익숙하다·어울리다(화합하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만약 어떤








           46)  무생법인無生法忍. 일체의 것이 불생불멸不生不滅임을 깨닫는 것을 말한다. 인忍은 ‘인지認知·인가認可
              하다’는 뜻으로 확실히 그렇게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 무생인無生忍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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