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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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는지 말해보라고 한다면, 평범한 사람만이 아니라 위대한
왕마저도 다른 날과 비교해서 아주 편하게 보낸 밤이 몇 번이나
되는지는 금세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죽음이 이런 것이
라면, 저는 감히 죽음은 상[賞]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내세라고 하
는 것이 이렇게 편안한 하룻밤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1)
죽음은 두 가지 중에 하나일 텐데, 그 중 하나는 영원한 안식을 얻는 일
이고, 이것은 꺼려하거나 피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
른 세계로 이동해 가는 일인데, 이것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말
한다:
“다른 한편, 죽음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옮겨가는 것이고, 죽은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재판관 여러분,
그 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 이곳에서 내가 해
온 바와 마찬가지로, 저승에서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
람들을 관찰하여 그들 가운데 누가 지혜롭고, 사실은 지혜롭지
않으면서 지혜로운 체하는지를 밝혀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2)
죽음이 내세로 이동해 가는 것이라면, 내세에서 금세에서와 같이 사람
1) J.F. 비얼레인·현준만 옮김, 『세계의 유사신화』, 세종서적, 2000년, p.306.
2) 위의 책, pp.30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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