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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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과 문답하고 토론하면서 지혜를 겨룰 수 있으니, 이 또한 꺼려하거나 피
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이러한 견해가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담담하고 의연하게 독배를 마실 수 있게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살아서 얻는 안식으로서 죽음과 같고 잠과 같은 안
식도 추구한다. 그런 안식이 곧 멸진정이다. 선정을 “죽음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고 해서 불쾌해 할 일은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죽음은 “꿈
없는 잠”이나 “참으로 멋진 잠”일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서 얻는 ‘꿈 없는
멋진 잠’ 같은 상태가 멸진정이라면, 이것은 희망할만한 것이지 않겠는가?
희망할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멸진정이기도 하
다. 왜냐면 많은 노력을 들이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단계를 4선8정四禪八定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8해탈八解脫이라고 말하기
도 한다. 8해탈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에 다소 덜 어렵기 때문에 이를 택
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가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번민이 있고 번민이 머릿속에서 소설
쓰기(자초지종에 대한 인과적 분석이나 가설적 해석)를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어
떻게 하면 번민에서 벗어나 소설쓰기를 중단하고 잠에 들 수가 있을까? 한
예로 헤어졌으나 잊지 못하는 여인이 있어 그 여인과 자신에 대한 소설쓰
기로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이 권유하여 잠에 들도록 도
울 수도 있을 것이다:
1. 잊지 못하고 있는 과거의 여인을 부정한 여자로 생각하라.
2. 길거리에 보이는 현재의 여인들도 부정한 여자로 생각하라.
3.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청정한 모습이 모든 사람의 본래 모습이라 생
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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