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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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책의 향기 5
선은 정말 문자를 벗어났나
화중우火中牛 | 불교학자·자유기고가
선禪은 문자(문자로 된 경전)를 중요시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
나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다. 선학사상禪學思想의 발전사發展史는 문자화文子化의 역사라 해
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물론 초기 시기의 선수행자들은 ‘표면적으로는’
문자와 경전을 멀리했다.
달마는 「이입사행론」에서 강조했다. “모든 중생, 즉 범부와 성인은 본
성이 같다는 것을 깊이 믿어라. 다만 밖에서 날아온 먼지에 덮여 드러날
수 없을 뿐이다. 만약 잘못된 것을 버리고 진실한 것으로 돌아가 정신을
집중해 한 곳을 본다면, 자기와 타인 그리고 범부와 성인이 평등함을 알
리라. (이 태도를) 견지해 움직이지 말고, 특히 언어의 가르침에 따라가지
1)
말라.” 문자를 멀리한 경향은 혜가(487~593), 승찬(?~606), 도신(580~651),
홍인(594~674), 혜능(638~713)으로 이어졌다. 혜가는 『능가사자기』에서 제
자들에게 가르쳤다. “학인이 문자와 말에 의지해 진리를 찾는 것은 마치
1) “ 深信含生, 同一眞性. 但爲客塵妄覆, 不能顯了. 若也捨妄歸眞, 凝住辟觀, 自他 凡聖等一, 堅住不移,
更不隨於文敎.” 『禪宗全書』 第1冊, 『楞伽師資記』, 北京:國家圖書館出版社, 2004, p.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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