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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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게 『능가경』을 전해주기도 했다. “처음 달마 선사가 4권본 『능가경』을
혜가에게 주면서 말했다. ‘내가 한지漢地의 사정을 살펴보니, 오직 이 경
전이 좋다. 수행자가 이 경전에 의거해 수행하면 스스로 피안에 도달할
14)
수 있다.’” 혜가는 달마로부터 경전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저서도 남겼다.
“혜가의 발언은 진리에 들어간 것으로, 붓과 먹을 보태지 않았다. 때때로
15)
(설명한 것을) 모아 책을 만들었는데, 자세한 것은 별권과 같다.” 『능가사
자기』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일승의 가르침을 깊이 연구해 ‘그윽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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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와 결부시켰다. (그래서) 수행하고 마음을 밝히는 핵심을 간략히 설명
17)
해 진실로 깨달음에 오르게 했다.” 혜가는 결코 경전을 멀리 던지지 않
았다. 『능가사자기』에는 혜가가 『능가경』·『십지경』·『화엄경』·『법화경』
등을 인용해 설명하는 기록이 남아있다. 혜가는 물론 스승 달마의 가르침
에 충실했다. 한편으로는 문자를 멀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전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혜가의 제자인 나선사, 나선사의 제자인 혜만 등은
비록 고행苦行을 했지만 항상 『능가경』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혜가 문하
의 수행자 가운데 『능가경』에 대해 주석을 단 사람은 적지 않다.
“마음을 비우고 조용하게 앉아 좌선할 뿐 글자를 만들어 뱉지 않았
18)
다.” 는 승찬이지만 『법화경』을 인용해 도신에게 설명하는 기록이 『능가
14) “ 初達摩禪師以四卷《楞伽》授可, 曰: ‘我觀漢地, 惟有此經, 仁者依行, 自得度世.’”
『續高僧傳』 卷第16 「齊鄴中釋僧可傳6」. T50-p552b.
15) “其發言入理, 未加鉛墨, 時或纘之, 乃成部類, 具如別卷.” T50-p552b.
16) ‘ 그윽한 이치’를 『노자』·『장자』의 가르침과 결부시켜 번역한 경우도 있다. 야나기다 세이잔 지음·
양기봉 옮김, 『초기선종사Ⅰ-능가사지기·전법보기』, 김영사, 1990, p.93.
17) “ 精究一乘, 附於玄理, 略說修道明心要法, 眞登佛果.”
『禪宗全書』 第1冊, 『楞伽師資記』, 北京:國家圖書館出版社, 2004, p.8b.
18) “蕭然淨坐, 不出文記.” 『禪宗全書』 第1冊, 『楞伽師資記』, 北京:國家圖書館出版社, 2004, p.1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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