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P. 63

분되는 경전은 귀신 이름을 적어놓은 호적부이자, 고름 나는 종기나 사

                            10)
            마귀 닦는 종이다.” 라고 단언한 것에서 상황을 알 수 있다. 문자를 싫
            어하는 정도를 넘어 경전을 백안시하는 이 태도는 그나마 봐줄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붓다를 내동댕이치고 불태우는 사람이 등장한다. 바
            로 운문종의 대종사 운문문언(864~949)과 천하의 대기인大奇人 단하천연

            (739~824)이 그들이다. “문제제기[거擧]: 세존께서 태어나자마자 한 손가락
            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며, 주위를 일곱 걸음

            걸으시고, 사방을 둘로 보았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하늘 아래 땅위,
            나 홀로 인간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운문이 말했다: ‘만약 당시 내가 (걸

            어 다니며 말하는) 붓다를 보았다면, 천하의 평안을 도모하기 위해, 한 몽둥
                                                      11)
            이에 때려 죽여 개 먹이로 던져 주었을 것이다.’”  천연은 어느 추운 겨
            울 날 낙양의 혜림사慧林寺에서 목불을 불살라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누
            가 심하게 질책하자 천연이 “불 태워 사리를 찾고 있소.” 힐난하던 사람

            이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연이 “그렇다면
                                   12)
            나를 힐난할 필요가 있소?” 라고 반문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선禪이 문자(문자로 된 경전)를 ‘완전히’ 떠
            난 시기는 ‘한 번도’ 없었다. 달마는 “이치로 진리에 이르는 방법은 경전

                                             13)
            에 의거해 (불교의) 핵심을 아는 것이다.” 라고 가르쳤다. 뿐만 아니다. 혜





            10) “十二分敎, 是鬼神簿、拭瘡疣紙.” 『五燈會元』, 北京:中華書局, 1984, p.374.
            11) “ 擧: 世尊初生下, 一手指天, 一手指地, 周行七步, 目顧四方. 云: ‘天上天下, 唯我獨尊.’ 雲門云: ‘我當
               時若見, 一棒打殺, 與狗子喫, 貴圖天下太平.’” 『五燈會元』, 北京:中華書局, 1984, p.924.
            12) “ 後於慧林寺, 遇天大寒, 師取木佛焚之. 人或譏之. 師曰: ‘吾燒取舍利.’ 人曰: ‘木頭何有.’ 師曰: ‘若爾
               者何責我乎?’ 『景德傳燈錄』 卷第14 「登州丹霞山天然禪師」, T51-p301c.
            13) “理入者, 謂藉敎悟宗.” 『禪宗全書』 第1冊, 『楞伽師資記』, 北京:國家圖書館出版社, 2004, p.7b.



                                                                        61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