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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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다. 불교는 그 흥기 당시 인도의 체제종교인 바라문교 즉 힌두교

           에 반기를 든 비판종교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기무라는, 불교의
           12연기설의 특징은 (1) 형식적으로 정비되어 있다는 점 (2) 심리적 특히

           인식론적 조건을 가장 중요시 했다는 점의 두 가지 점에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사실적세계관」 제5장 2절)

             (1)의 지적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정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러나 (2)는 아주 중대한 차이를 보인다. 유지연기有支緣起를

           인식 생멸의 과정, 즉 ‘인식과정’이라고 파악하는 방식은 12지 연기를 붓
           다의 내관에 의해 얻어진다고 하는 입장으로서는 지당하다. 후대 부파시

           대에 성립한 삼세양중설 등 ‘확장된 12지 연기설’에는 반하는 것이지만,
           「우다나」 등의 기술을 진실로 보는 한, 성도로 향하는 붓다의 순차적인 내

           관의 단계를 나타내는 것이라 해도 좋기 때문이다. 단 후에 논하지만, 그
           ‘순서’ ‘방향’의 문제는 신중하게 음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식과 명색의 상호의존                  [p.82-8] 그러면 기무라가 12지 연기를
                                     어떠한 ‘심리적 과정’이라 했는가를 보기로
           한다. 기무라는 ‘가장 주의해야할 경’의 하나로서 「상유타 니카야」의  『성

           읍城邑』이라 이름 하는 경전의 유지연기가 설해진 곳의 전문을 인용하고
           있다. 『도성都城』이라고도 번역되는 이 경의 모두에서 붓다는 자신이 아직

           보살이었을 당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품었다라고 회상하며 각 연기지의
           생기와 소멸에 생각이 이르렀던 것을 술회하고 있다. 단지 여기에서 설

           해지고 있는 것은 12지 연기가 아니라 10지 연기이다. 즉 무명과 행이 없
           이 “식→명색→육처→촉→수→애→취→유→생→노사”의 열 개의 지분으

           로 이루어지는 연기설이다. 더욱이 이 경문에서는 ‘식’과 ‘명색’의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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