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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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수도 없다. 경전은 “열반은 존재가 아니며, 존재가 아님도 아니다. 들
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분별의 마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
다.”라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감히 그것을 설명하겠는가? 그런데 그대
유명은 듣고자 하는가? 비록 그렇다 해도, 수보리가 “여러 사람들이 능
히 집착 없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들음이 없이 듣는다면, 내가 마땅히
말 없는 것으로 (열반을) 말하겠다.”라고 했다. (유명 그대가) 말로 기술하기
를 바란다면, 또한 말로 설명할 수 있다. ② 유마힐은 “번뇌를 떠나지 않
고 열반을 체득한다.”라고 말했다. 천녀는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붓다
의 경계에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그러한 즉 열반의 길은 신묘한 깨달음
에 있고, 신묘한 깨달음은 진리를 체득하는 데 있다. 진리를 체득하는 것
은 있음과 없음을 나란히 관찰하는 것이며, 나란히 관찰하는 것은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과 땅[경境, 객관]’은 본성상 공
적空寂하다는 점에서 ‘나[심心, 주관]’와 일치하며 ‘본성상 공적하다[성공性
空]’는 점에서 만물과 나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본성상 공적하다는 점에
서 나와 같기에 있음과 없음이 또 있을 수 없고, 본질적으로 나와 다르다
면 회통할 수 없다. 그래서 (열반은 있음과 없음을) 벗어나지도 (있음과 없음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열반은 그 사이에 존재한다. 왜 그런가? ③ 무릇 깨
달은 사람은 집착 없는 마음으로 (객관을) 고요하게 인식하기에 그 이치가
통섭하지 않음이 없다. (깨달은 사람은) 마음에 세계를 품지만 (인식할) 여력
은 있고, 만물을 마음속으로 관조하나 그 정신은 항상 맑고 깨끗하다. (깨
달은 사람은) 무시이래로 열반을 증득하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고요한 마
음으로 만물의 본성을 체득하고, (마음이) 평안하고 담백하며 넓은 연못처
럼 조용하고, 열반 경계에 신묘하게 계합한다. 그래서 있음[세간]에 있어
도 있음이 아니며, 없음[출세간]에 머물러도 없음이 아니다. 없음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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