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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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고, 성인의 지혜가 아니면 이치를 통달하지 못한다. 이치에 통달해
성인이 되기에 성인은 이치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천제天帝가 “반
야지혜를 어디서 구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수보리가 “(중생들은) 대상[경
境] 속에서 반야지혜를 구할 수 없지만, (성인은) 대상을 떠나 반야지혜를
찾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② 또한 “연기법을 체득하는 사람은 진리를
증득하며, 진리를 증득하는 사람은 붓다의 경계를 증오한다.”라고 말했
다. 이것은 대상인 사물과 주관인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이
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은 미래를 예견하고, (사라져) 모양이 없는 과거의
일도 파악해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을 한 마음으로 능히 인식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융합해 낸다. (그래서) 옛날과 현재에 통달하고, 처음
과 끝이 같으며, 근본과 지말枝末이 둘이 아님을 완전히 체득하며, 수많
은 만물이 모두 본질상 평등함을 깨닫는 것, 이것을 열반이라 부른다. ③
경전은 “세간을 떠나지 않고 열반을 증득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세상
에 존재하는 사물이 끝이 없듯이 깨달음도 끝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래
서 열반의 가르침은 (만물의 본성과) 오묘하게 계합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
다. 오묘하게 계합하는 이치의 근본은 (대상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즉 사물은 내 마음과 다르지 않고, 내 마음 역시 사물과 차이가 없
다. 사물과 마음이 현묘하게 계합하면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아가지만 앞
서지 않고, 뒤처지지만 뒤떨어지지 않는데, 어찌 시작과 끝을 거기에 용
납하겠는가? 천녀가 “열반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다[시작과 끝도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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