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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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4호 | 화두로 세상 읽기 13
꾸밈이 없는 삶
김군도 | 자유기고가
조주 화상이 한 암주를 찾아 물었다. “계십니까? 계십니까?” 그 암주가 주먹을 들어보였다.
조주가 “물이 얕아 배를 세울 곳이 안 되는군요.” 하고 돌아갔다. 또 다른 암주를 찾아 “계십
니까? 계십니까?” 하니 암주가 역시 주먹을 들어보였다. 조주 스님이 이를 보고 “능수능란하
고 살활자재하다.”고 칭찬했다.
趙州到一庵主處問: “有麽有麽?”. 主竪起拳頭, 州云: “水淺不是泊舡處”, 便行. 又到一庵主處
云: “有麽有麽?” 主亦竪起拳頭, 州云: “能縱能奪能殺能活.” 便作禮. (『무문관』 제11칙)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선사는 『조주진제선사어록병행장趙州眞際禪師
語錄幷行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등 현전하는 문헌에 의하면 중국 산동
성 조주부에서 태어났다. 속성은 학郝씨이고 법명은 종심이며 조주는 법
호다.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 선사의 명성을 듣고 찾아가 20년간 법을
배운 후 그의 뒤를 이었다. 조주선사는 각 지방을 순례하면서 여러 대덕
들을 만나 법거량하며 선기禪機를 다듬었다고 한다. 당시 조주선사는 “7세
아동이라도 나보다 나으면 내가 그에게 물을 것이요, 백 세 노인이라도 나
보다 못하면 내가 그를 가르칠 것이다.”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선사의 선
풍은 고준하고 질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직설적이기
도 했고, 어떤 때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친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문관』 제11칙에 전해지는 이 공안은 선사의 법거량이 어떠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주선사가 어느 날 한 암자를 찾아가 ‘계세
요? 계세요?’ 하니 암주가 아무 말 없이 주먹을 불끈 들어 보였다. 이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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