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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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68%가 “외모가 인생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으며 ‘부와 사
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의 절대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
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모 지상주의로 불리는 ‘루키즘Lookism’이 대도시
는 물론 지방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외모 지상주의의 영향
에 힘입어 성형외과 의사들이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철을 오가는 대형입
간판과 웬만한 여성 월간지엔 성형을 유혹하는 병원과 의사의 광고로 넘
쳐난다.
불교의 출가 수행자는 머리를 깎고 버려진 헝겊을 모아 물을 들여 꿰맨
옷을 입어야 한다. 이것이 삭발염의削髮染衣다. 엄격한 계율을 중시하는 출
가승들에게 있어서 외모를 가꿀 여지란 없다. 출가 수행자가 머리를 깎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다른 종교의 출가 수행자와 모습을
다르게 하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세속적 번뇌를 단절하기 위함이다. 삭발
은 다른 말로 ‘체발剃髮’ 또는 ‘낙발落髮’이라고도 한다. 낙발은 세속적 번뇌
의 소산인 일체의 장식을 떨쳐버린다는 의미에서 낙식落飾이라고도 부른
다. 또 하나 출가 수행자에게 있어서 머리를 무명초無明草라고도 부르는데
출가인이 머리 모양에 연연하는 것은 출가 의지를 흐리게 하고 무명을 증
장시킨다 하여 이렇게 명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삭발과 외모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현대의 세속인이 하
루 평균 53분을 외모 가꾸기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면 출가자는 그럴 시
간에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시로 삭발을 한다
고 봐도 무방하다. 나아가 외모 보다는 내적 성숙과 발전을 기해 불성佛性
을 길러야 한다는 불가 전통의 엄숙한 가르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삭
발염의는 또 무엇보다도 평등성을 지향하는 출가공동체의 상징이기도 하
다. 외모로 평가되지 않는 특징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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