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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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선사는 “물이 얕아 배를 댈 수 없다.”며 돌아 나왔다. 암주의 법력이 아
주 보잘 것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어 찾은 다른 암자에서 암주 역시 아
무 말 없이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인다. 전 암주의 상황과 똑같다. 그런데 조
주선사의 반응은 정반대다. 이번엔 “능통능란하고 살활자재하다.”면서 암
주의 법력을 높이 샀다.
같은 상황에 나타난 서로 다른 반응
같은 상황에 정반대로 나타난 조주선사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조주선사는 있는 그대로 반응했을 뿐이다.
전암주는 채 무르익지 않는 법력에서 주먹을 불끈 들어보였으니 가소로웠
을 뿐이고, 후암주는 터질 듯 농익은 법력 상태에서 주먹을 들어보였으므
로 그 선기가 허공을 차고 넘친다. 그러므로 선사의 칭찬세례가 가해진 것
이다. 다시 말해 전암주는 자신의 법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꾸
몄다. 마치 크게 있는 것처럼 치장한 것이다. 반면 후암주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자신의 법력을 드러냈다. 차이는 거기에 있었고 조주선사는 그
에 따라 자신의 반응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에 요즘 외모 지상주의가 젊은이 사이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옷과 머리 모양 등을 따라 자신들의 외모 가꾸기가 유행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예뻐지고 싶은 것은 인간 누구나 갖는 욕
구다. 한 통계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은 외모 가꾸기에 하루
평균 53분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루 8.3회 거울을 보고 있으며 화
장품의 종류는 기초화장을 포함해 7개를 넘는다고 밝혔다.
외모에 대한 인식도 남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13~43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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