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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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어나 곳, 예를 들면 욕계에 태어나면 욕계에 구속되고, 색계에 태어

            나면 색계에 구속되고, 지옥에 태어나면 지옥에 구속되고, 한국에 태어나
            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구속됩니다. 이처럼 우리들도 자신이 태어난 곳에

            구속됩니다.
              말나식의 작용을 잘 표현한 속담이 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

            른다”는 속담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
            습니다. 보통 사람은 주임이나 대리였을 때는 주임이나 대리의 아집을 가

            지고 업무를 보고 직장생활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과장이나
            부장이 되었을 때는 과장이나 부장의 아집을 가지고 업무를 보고 직장생

            활을 합니다. 이사로 승진하면 이사의 아집으로 직장생활을 합니다. 다시
            말해 대리, 과장, 부장, 이사라는 자신이 맡은 직책[사는 장소나 위치]에 구

            속되어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과장이 되면 대리 시절을 잊고 오로지 과장
            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일을 처리합니다. 부장되면 과장시절이

            었을 때를 잊어버리고 부장의 마음으로 근무합니다. 이사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필자도 ‘현재 내가 위치한 장소에 구속되는 존재’라는 것을 자주 경
            험하곤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0년 전

            의 일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대학 입구는 도로가 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가게들이 많아 늘 혼잡합니다. 지금은 일방통행으로 지정되어 비교적

            혼잡이 덜합니다만, 당시에는 양방 통행이 가능하여 도로 양쪽에 자동차들
            이 주차되어 있어 출퇴근 시간에는 매우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강의

            시간에 쫓겨 어쩌다 차를 몰고 가면 보행하는 학생들[보행자]과 필자[운전자]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제가 뒤에서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학생들은 길을 비켜주지 않습니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아침부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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