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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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을 상하게 되어 길을 비켜주지 않은 학생에게 큰 소리로 화를 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 출근 시간에 대학까지 걸어가는 보행자
가 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학 입구의 좁은 도로 양쪽에는 주
차한 차가 있어, 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들은 도로 중앙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면서 길을 비켜달라고 합니다. 그
렇지만 양쪽에 주차된 자동차 때문에 제 자신을 포함해 보행자는 비킬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행자는 경적을 무시하고 계속 도로 중앙을 걷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화가 나고, 보행자는 보행자
대로 화가 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필자는 어제의 운전자 입장은 까맣게
잊고 보행자의 입장에서 “아침부터 왜 지랄이야!” 하며 운전자뿐만 아니
라 내 자신이 듣기에도 민망한 아주 심한 욕설을 운전자에게 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장소나 입장에 따라 상황을 파악하
고 해석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들은 말나식의 입장, 즉 철저하게 자
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판단하고 잣대질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역
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마음인 말나식입니다. 우
리들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을 한번 둘러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한번 살펴보세요. 얼마만큼 말나식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지를….
2. 말나식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오염된 마음이지만,
의식과 아뢰야식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마음이
기도 하다.
지금까지 말나식의 다양한 작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말나식의 또 다른 명칭을 통해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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