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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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수 박헌영의 아들로서 6․25전쟁 내내 빨치산을 따라다니다 불법에 귀
의했다.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 지선 스님과 청화 스
님의 이야기는 불교의 시대적 역할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한국불교를 대
표하는 선승과 학승, 그리고 외국인 스님 등을 통해 한국불교의 법맥과
선맥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스님들의 출가는 그 동기에 따라 인
연출가와 발심출가로 나눠볼 수 있다.
인연출가는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 불우한 집안 환경이나 기구한 운명
탓에 타인에 의해 처음 산문에 들게 되
는 경우다. 일곱 살 때 절간의 소머슴
으로 들어간 오현 스님, 5대 독자로 집
안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나 단명할 운
명이라는 말에 여섯 살 때 절에 보내진
만봉 스님, 전쟁 통에 양친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 이끌려 출가한 동희 스님
등이 인연출가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발심출가는 욕망의 법칙에 따 유응오 작가가 마음서재에서 펴낸
『버려서 얻은 단 하나의 자유』.
라 돌아가는 세간의 삶에 회의를 느껴
불제자로 살아가리라 다짐하고 출가한 경우다. 고교 시절 『육조단경』을
읽고는 스스로 보따리를 싸서 절에 들어간 금강 스님, 미국에서 숭산 스
님의 강연을 듣고 삶의 나침반을 얻은 대봉 스님, 앞서 출가한 언니들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수행자가 되기로 결심한 일진 스님, 어떤 사상으로
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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