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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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윤회설을 긍정하는 색체가 한층 강해진 저작에서 조차, 기무라는 “불
            타는 당시 세상에 행해지고 있던 세계관을 채용하여 수미산須彌山을 설하

            고, 남염부주설南閻浮州說을 말하고, 지옥, 귀신을 언급하는 등 역시 어느
            정도는 사실문제를 다루었지만, 이것이 곧 불교에 있어서 사실세계에 대

            한 관찰의 기원이다. 게다가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것들의 언급은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믿어지는 것에서도 상당히 다수가 나타나고 있다. 불행

            히도 우리들은 그 하나하나에 대하여 어떤 시대 어떤 면에서 행해진 세계
            관을 채용한 것인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불타시대 전후 어떤

            지방에서 행해진 것을 불타는 설명의 편의상 채용한 것임은 의심할 수 없
            다”라고 신중하게 유보하고 있다(『소승불교사상론小乘佛敎思想論』 대법륜각大法

            輪閣).
              이 인용문 앞 단락의 ‘사실문제’라는 것은 가치론에 대해서 사용된 용

            어로서, 구체적인 ‘사실적 세계의 문제’라는 의미이다. 결코 붓다가 ‘수미
            산’(세계의 중심에 솟아있는 전설상의 성스런 산)이나 ‘남염부주’(남쪽에 위치한다고

            하는 전설상의 대륙), ‘지옥’, ‘귀신’을 실재한다고 믿고, 교리의 중심에 두고
            설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본래 붓다의 목적은 좀 더 보편적인 가

            치의 문제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었지만, 널리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문제’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당

            시 인도 각지에 유포되어 있던 세계관을 ‘채용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의상’의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단지 기무라는 논의가 더해 갈수록 우이, 와츠지의 주장에 대항하기
            위함인지, 삼세양중설, 나아가서는 윤회설에 대한 태도를 조금 바꾸어,

            긍정적인 논조를 앞에 내세우게 된다. 단 거기에서도 붓다에게 있어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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