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P. 98
와 녹초가 세간에 두루 가득하게 되었으니, 왕자로 탄생하였으나 이미 서
인이 된 것이다.”라고 탄식하며, 기존의 교학적 해석과 달리 선리禪理로
해석했다. 「법계도」 30구의 구마다 주註를 달았으며 「증도가」, 『벽암록』 등
선미禪味가 풍기는 선어禪語로 착어하였다. 『화엄일승법계도주』를 알기 쉽
게 우리말로 풀고 강설한 것이 『무비 스님이
풀어 쓴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이다.
무비 스님은 「법성게」 가운데 ‘능입해인
삼매중’에 대한 기존의 오류를 바로 잡으며
확실하게 정리를 내렸다. “‘능입해인삼매중
能入海印三昧中 번출여의부사의繁出如意不思
議’로 이어져 ‘능히 해인삼매 가운데 들어가
서, 마음대로 부사의한 경계를 무한히 만들
어 낸다.’”로 풀이하며 “능입能入이 능인能
人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언제부터인
가 한번 잘못 표기하게 되니 그것이 그렇게
나 고쳐지지 않고 세상에 파다하게 퍼져 나
갔다. 다음 구절인 번출繁出이라는 말과 서
로 대칭을 이루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무비 스님이 담앤북스에서 출간한
『김시습의 법성게 선해』.
있는 말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이며 「법성
게」의 모든 구절에 대해 자세하고 세밀하게
해설해 놓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법부동본래적諸法不動本來寂,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아니하여 본래부터 고요하도다.’ <강설> : 이 이치는 묵묵
히 스스로 계합할 뿐이요, 움직이지 않는다느니 본래부터 고요하다느니
하는 표현들은 처음부터 큰 모순을 뒤집어쓰고 하는 말이다. 흙이 잔뜩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