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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師備 835~908) 선사가 어느 날 한 스님과 법거량을 주고 받는다.

              “요즈음 어디에서 떠나왔는고?” “서암瑞巖에서 떠나왔습니다.”
              “서암이 무슨 말을 하던고?”

              “늘, 주인공아! 하고 불러놓고 스스로 ‘예’ 하고 답합니다. 그리곤 ‘정신
            차려라. 절대로 남에게 속지 말아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거기에 있지 않고 나왔는고?”
              “서암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도 대꾸를 하던고?”

              현사 선사의 이 물음에 법거량을 하던 스님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내용은 주인공 서암언 화상이 화두를 독자적으로 특색 있게 썼음을 반

            증해준다.
              남에게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을 늘 성찰하고 점검하

            는 일이다. 속임은 내가 갖고 있는 욕구와 비례한다. 어떤 특정에 대한 욕
            심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연결되면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마음을 투명하

            고 맑게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고단수의
            사기꾼이라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나아가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것도 중요하다. 종말론終末論에 귀가 솔깃하
            고 점복술占卜術에 쉽게 의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우리

            세상에 인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벌어지는 일이란 없다. 모든 것이 연기론적
            緣起論的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허무맹랑한 주장에 넘어가는 것은 어리석음이 작용해서다. 이런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다이어트 식품에 속아 부작용에 고생하고 만병통치

            약이라는 한 마디 말에 선뜻 큰돈을 내놓고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
              사람들이 속고 사는 심리를 반영한 바넘효과[Barnum effect]라는 말이 있

            다. 바넘효과는 19세기 말 미국의 링링 서커스단을 이끌었던 곡예사 바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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