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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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의 말처럼 남에게 속지 않으려면 자기를 바로 봐야 한다. 자기를 바로
알아야 자아개념을 확립할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불안과 욕망 등 부정
적 심리요인도 제거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자아존중감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글로벌화되고 다문화가
혼재되는 복잡성을 띠고 있지만 그럴수록 자아존중감이 요구되고 있는 것
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나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는 의
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의 자기중심적 행위는 사회를
병들게 한다. 저마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생활은 바람직하다. 상생과 배
려, 존중의 차원에서 서로의 존재감을 위한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건강한
활력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암 화상은 이런 점에서 일찍이 주인공 화두를 남겨놓은 것이리라.
서암 화상이 매일 같이 자신을 향해 주인공아! 부르고 나서 스스로 속지
말라 하곤 네! 네! 답하는 것은 자기점검의 일상이라 하겠다. 지혜와 복
덕을 갖춰나가려는 자아개념의 확립이 일찍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인간
사회는 복잡다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갈수록 심층적이
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속고 속이는 구조는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난해
한 복잡 구조라 하더라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매일매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로부터의 속임수
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늘 깨어있어
야 하는 존재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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