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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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常·일이一異·거래去來라는 여덟 가지 미혹된 견해를 일으킴으로써

           번뇌의 불길에 사로잡혀 산다. 팔불은 그와 같은 여덟 가지 중생의 변견邊
           見을 하나하나 부정하여 내면에서 타오르는 번뇌의 불길, 미혹의 떼를 씻

           어내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팔불중도는 불생불멸不生不滅, 불상부단不常不
           斷, 불일불이不一不異, 불래불거不來不去라는 여덟 가지 부정으로 압축된다.



             팔불중도와 삼중중도



             생멸과 단상 등 모든 변견을 부정하고 존재의 실상인 중도를 바르게 드

           러내는 것이 팔불중도의 핵심적 내용이다. 팔불은 여덟 가지로 대변되는
           모든 변견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이므로 모든 변견을 극복한 중도가 되며,

           중도는 팔불로 대변되는 변견의 부정과정을 통해 달성된다. 그래서 길장은
           “팔불八不은 바로 중도이고 불성[중도불성中道佛性]”이라고 했다. 팔불이 곧

           중도이고, 중도는 곧 불성이므로 길장은 팔불은 “모든 부처님의 중심이고
           [제불지중심諸佛之中心], 모든 성인들의 수행처[중성지행처衆聖之行處]”라며 그 의

           미를 높이 평가했다. 이와 같은 팔불중도에 의거해 확립된 삼론종의 중도
           설이 삼종중도설三種中道說이다. 삼론종에서는 중도를 총괄하여 세제중도世

           諦中道, 진제중도眞諦中道, 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로 설명한다. 이제합명
           중도란 속제와 진제라는 두 가지 진리, 즉 ‘이제二諦를 종합하여 중도의 뜻

           을 밝힌다.’는 의미다.
             생멸이 있다는 것은 중생들이 가진 이분법적 인식이 초래한 변견이다.

           그런 변견을 씻어내는 것이 세제중도로써 ‘남도 없고 소멸도 없다’는 의미
           를 담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이다. 하지만 불생불멸을 고집하고 집착하면 그것

           은 또 다른 변견이자 번뇌가 된다. 그래서 진제중도에서는 ‘나지 않음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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