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P. 112

점은 선가의 도가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제시, 자기 해탈에 중

                점을 두는 데 비해 노장의 도는 만물과 하나 되는 길을 제시해
                ‘우주 해방’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노장의 ‘무위’는 질서의 부

                정이나 해체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질서를 의미한다.”(하권,
                pp.412~413)



             저자는 이 책의 결론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하권 끝자락에서 약간의 지

           면을 빌어 위와 같이 노장과 선불교의 상이점에 대해 밝혔다. “노장은 관
           계와 변화, 선은 연기론과 제행무상이 존재론의 기본인식 사유인데 단어

           가 다를 뿐 그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선불교의 세계관은 만물의 상의상
           관성相依相關性을 전제로 한 입체론적 세계관, 즉 일체는 다양한 관계를

           기초로 하여 성립되어 있는 유의 존재다. 불교는 모든 사물이 자성이 없
           이 연기에 의해서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아 가유

           이지만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하면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없다고 할 수
           도 없다. 이 같은 존재 인식은 노장과 전적으로 같은 맥락이다”(하권, pp.

           409~410)라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 상·하권 대부분의 지면을 노장
           사상을 통해 선의 세계를 더욱 명확하게 읽을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산업의 융합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간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

           대다. “선禪과 노장老莊은 ‘무용지용無用之用’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조’를
           이끈다. 선가의 해탈과 노장의 초월은 실용적 측면에서는 별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그 ‘쓸모없음의 큰 쓸모’가 정신적 양식이 된다.”는 저자의 말
           처럼 오늘날 융합과 소통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의 시대에 이 책 『노장

           으로 읽는 선어록』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밝은 지혜를 열어 줄 것이다.



           110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