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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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야식은 종자를 받아들여 성장·변화시키는 마음[일체종자
식]이다
아뢰야식은 ‘일체종자식’이라는 또 다른 명칭이 있습니다. 즉 ‘일체 종
자를 가진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아뢰야식은 현행하고 있는 마음인 의식
이나 말나식으로부터 던져지는 종자를 받아 보존하고 유지하는 마음입니
다. 이것을 ‘훈습熏習’한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말로 표현하면, 현행훈종
자現行熏種子라고 합니다. 이 의미를 현장스님은 『팔식규구』에서 ‘수훈(受
熏, 훈습되다)’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아뢰야식은 수동적으로
종자를 받아들이는 훈습, 즉 수훈의 역할과 아뢰야식 안에서 훈습된 종자
가 조건이 맞아 말나식이나 의식으로 나타나게 하는 능동적인 역할, 즉
가훈(可熏, 훈습하다)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능동적인 역
할을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이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아뢰야식에 훈
습된 종자는 조건이 맞으면 구체화되어 7가지 식으로 현행現行합니다. 즉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나식이나 의식이 행위한 결과물인 종자가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여 변화합
니다. 이것을 ‘종자생종자種子生種子’라고 표현합니다. 즉 우리의 모든 행
위는 아뢰야식에 보존되어 있는 종자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자식은 미래와 관계하는 마음의 측면을 설명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처럼 제 8식은 현재와 관계하면서 행위한 결과인 종자를 저장하는
아뢰야식, 과거와 관계하면서 무기인 이숙식, 미래와 관계하면서 모든 것
을 생기시키는 종자식의 기능을 가진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아뢰야식을
불변하는 자아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아뢰야식은 드러
나지 않는 상태로 찰나멸하면서 상속하는 잠재의식[심층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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