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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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다면 종자는 아뢰야식에 품어지는 객체입니다. 이것을 능동과 수동
으로 나눈다면 아뢰야식이 능동이고, 종자는 수동이 되는 것입니다. 감산
덕청스님의 주석대로 아뢰야식과 7가지 식과의 관계로 설명하자면, 능동
적 측면은 아뢰야식이고 수동적 측면은 7가지 식입니다.
소장所藏이란 아뢰야식의 수동적인 측면을 말합니다. 여기서 능동적인
측면은 7가지 식(전오식, 의식, 말나식)이고, 수동적인 측면은 아뢰야식입니
다. 다시 말해 현재 활동하는 7가지 식은 종자를 전부 인격의 심층[아뢰야
식]으로 던져 넣습니다. 즉 7가지 식이 능동의 입장이고, 반대로 아뢰야식
은 7가지 식으로부터 던져 오는 종자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所]입니
다. 이처럼 던져지는 것은 종자라고 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인격의 근저
[아뢰야식]에 머물게 하는 것을 아뢰야식에 훈습된다고 표현합니다.
집장執藏이란 아뢰야식이 집착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아뢰야식이
말나식에 의해 자아라는 집착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산 스
님은 아애집장我愛執藏이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집착하는 능동[능能]의
입장은 말나식이고, 반대로 집착되는 측면인 수동[소所]의 입장에 있는 것
은 아뢰야식입니다.
이처럼 아뢰야식은 능장·소장·집장의 3가지 측면, 즉 ‘저장’(藏)의 의
미가 가장 강한 마음입니다. 인간의 행위에 한정해서 설명하자면, 인간은
자신의 소질·능력·경험을 인격의 근저[아뢰야식]에 새겨 계속해서 보존
하고, 그 보존·유지되고 있는 종자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인생이 전개
됩니다. 이 측면을 능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능동과 수동으로
구분하면 아뢰야식은 ‘수동[所]’의 성질이 강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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