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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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별계의 연기설도 정계의 유지연기에 대한 보완설명에 지나지 않는
다는 아카누마의 입장은, 갖가지 연기계열에는 각각 독자의 사유동기가
있고 개별적으로 추구되어 발달했다고 하는 와츠지 테츠로의 설과는 대
립한다.
또 붓다의 교단을 구성한 4중衆, 즉 출가수행자인 비구, 비구니, 재가
신자인 우바새, 우바이의 출신계층에 대한 조사 등은 실로 흥미 깊다. 아
카누마는 니카야와 그 주석, 각종의 율, 대승경전, 율장 등을 조사하여
이름이 전해지는 자의 출신 바르나(종성, 카스트에 기반하는 신분)를 확정하고
있다(「석존의 4중에 대하여」 『原始佛敎之硏究』所收, 前揭)
우리들은 이미 사이구사 미츠요시, 모리 소시森章司에 의한, 보다 세밀
한 자료정리와 실증연구의 성과를 갖고 있지만(三枝 『初期佛敎의 思想』 東洋哲
學硏究所, 森 「원시불교의 연기설에 대하여 ―그 자료정리―」 『中央學術硏究所紀要』 第
18號 등), 당시 아카누마에 의한 연기계열의 분류, 경전의 기술에 대한 실
증적 분석 등은 획기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조사에 기초한 지견에 의거하여 그는 연기설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설을 이끌어낸다. 제1장에서 후나하시 잇사이의 논고를 소개하
는 형태로 거론한 초기불교에 있어 연기는 ‘유정수연기有情數緣起’와 ‘일체
법인연생一切法因緣生의 연기’의 둘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2종연기설’을 처
음으로 제창한 것도 아카누마이다.
이 두 개의 연기론은 태평양전쟁을 거쳐 전후 제2차연기논쟁에도 이어
지며, 더욱이 현대의 연기설연구에도 연향을 미친다. 아카누마 치젠의 선
구적 업적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2종연기설에 관해서는 다음의 제2차연기논쟁의 고찰에 있어, 후나하
시 잇사이에 의한 전개를 보는 속에서 보다 세밀하게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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