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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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어렵다. 불교는 가령 최초기의 단계라고 해도 그 정도로 ‘지적’이었
고, ‘비판적’이었던 것이다.
무지와 근본번뇌
[p.168-1] 단 우이, 와츠지가 등한시한 반면
기무라가 그 허를 찌른 한 가지가 있다. 앞에서도
논한 ‘범부를 분명히 멀리하는 근본동력’이란 무
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기무라설을 부연하
는 형태로 그것을 본능과 언어에 의해 움직이는
우이 하쿠주.
맹목적 생존욕망, 근본번뇌라고 추정했다. 즉 근
본번뇌에 덥혀있기 때문에 무지인 것이며, 무지한 까닭에 근본번뇌에 덥
혀있다. 맹목적인 까닭에 무지가 되며, 무지한 까닭에 맹목적이 된다. 이
둘은 상의의 관계에 있다.
나가르주나는 “만약 무명의 인연을, 더욱이 그 근본을 구한다면 곧 무
한정이 되어, 변견邊見에 떨어져 열반의 길을 잃게 된다. 그런 까닭에 구
해서는 안된다. 만약 더욱 구한다면, 희론에 떨어지며, 이것은 불법이 아
니다.”(『大智度論』 第90卷)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러 기무라, 우이, 와츠지를 본받아 무명의 근본을 추구하
려고 한다면, 무지와 근본번뇌의 상호의존에 부딪친다. 상의관계는 무한
정 순환하기 때문에 그 이상 소급할 수 없다. 곧 무명이 근본이며, 연기의
기원이며, 종극이다. 이것이 나의 무명해석이며, 연기론의 근저이다. 이
것에 대한 해설은 원고를 달리해 논술할 예정이다.
제1차연기논쟁은 표층적으로는 원시불교교리의 성격을 둘러싸고 벌어
졌지만, 실제로는 후대의 부파불교나 아비달마, 나아가 중관 유식 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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