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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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집착하여 생기는 모든 슬픔과 기쁨, 영욕은 한바탕 꿈에 불과한 것이

            기에 수행자들은 이를 경계해야 함을 설파하고 있다.
              선사는 산문이라는 탈속적 공간을 중심으로 청정한 수행을 통해 출가

            자의 본분사를 다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산사의 생활은 인위적인 소리보
            다는 자연의 소리가 주를 이룬다. 하여 자연의 소리 가운데서 평온함을

            찾고, 이어 자기 내면에서 울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선사는 산사에
            사는 즐거움을 이렇게 읊고 있다.



               실바람은 때맞춰 그 소리를 보내와                미풍시송음微風時送音

               봄꿈 속에 빠진 내 넋을 위무하도다               위아춘몽혼慰我春夢魂
               괄괄한 소리에 대숲은 시끄럽고                  괄괄훤죽간聒聒喧竹幹

               냉랭한 샘물 흘러 그 소리 차가워라               냉냉동천원冷冷動泉源
               스스로 노래하고 스스로 기뻐하노니                자가이자열自歌而自悅

               내 노래 알아 줄 이 어찌 찾겠는가               지음하필론知音何必論



              솔바람 소리는 그대로 자연이 주는 화음和音이다. 그 화음이 덧없는 꿈
            속에 빠진 화자의 영혼을 일깨워 주고 달래어 준다. 거기에 대나무 가지

            가 부딪혀 나는 소리와 샘물이 솟구쳐 흐르는 소리는 화자를 성성적적의
            경지로 이르게 한다. 무엇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 없고, 자연의 화음에 흥

            이 절로 나서 스스로 노래 부르고 스스로 기뻐한다. 그러니 굳이 사람을
            불러 함께 듣자고 부탁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자연과 내가 마음으로

            교감하고 있는데 지음知音을 찾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일 뿐인 것이다.
              이처럼 선사는 세속의 모든 일을 초월하여 산중에 홀로 자연과 벗 삼

            아 살아가고 있다. 인적 드문 산사에서 수행하는 것은 세상의 번다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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