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9년 10월호 Vol.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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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 월간 ‘해인’에 방장 스님의 법문을 실었는데, 테이프에 녹음된 스님
의 법문을 풀어서 원고매수에 맞게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인연이 되
었다. 한 달에 한번 스님의 법문 테이프를 들으면서 얼마나 신심이 쑥쑥
올라왔는지 모른다. 불자라면 마땅히 참선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이
얼마나 간곡했고 확신이 차 있는지, 정말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고 다짐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얼마 후 스님을 취재할 기회가 생겨 처음 뵙게 되었다. 칠십
대 중반의 스님은 깡마른 자그마한 체구에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 참
맑아 보였다. 마치 소년을 대하는 것처럼 맑고 순수해보였던 것이 스님에
대한 첫 인상이다. 스님은 경쾌한 음성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많은 이야
기를 들려주셨고, 역시나 우리의 삶에 참선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들려
주셨다. 그런데 둔근기인 나는 스님을 그렇게 몇 번이나 뵙고도 끝내 참
선공부를 시작하지 못했다.
큰스님은 2001년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 세연을 다하셨고, 입적하
시고 몇 년 뒤 여름, 가지런히 잘 정돈된 단정한 필체의 수많은 원고로 스
님을 다시 만났다. 문중에서 스님의 법문집을 만드는 데 진행과 교정을
맡게 된 것이다. 공부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였지만 법문을 읽으면서
감동만 했을 뿐, 또 기회를 흘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스님
의 평전의 준비하면서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님의 일생과 법문을 접할수록 참선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어서
빨리 선방에 가 앉고 싶어졌다. 조사어록을 읽고 어서 빨리 걸망을 지고
선방으로 가고 싶었다던 스님들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신심이 차오르던 차에 김홍근 교수님의 『육조단경』 강의는 내게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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