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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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다. 먼저 제7식은 달리 ‘말나식末那識’이라고 하는데, 이는 ‘manas’라

           를 산스크리트어를 음사한 것이다. ‘manas’는 ‘의意’ 또는 ‘의식意識’으로
           번역되지만 제6식과 구별하기 위해 통상 ‘의意’로 부른다. 앞서 살펴 본 6

           식은 자신보다 하위에 있는 전5식이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작동한다. 하
           지만 제7식은 거꾸로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제8식에 저장된 정보를 토대

           로 작동한다. 말나식의 특징은 끊임없이 사량思量하는 것을 근본으로 한
           다.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種子를 끌어내어 발현시킴으로써 육식을 작동

           하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역할을 한다.
             말나식은 기본적으로 번뇌에 물든 염오식染汚識이라는 특징을 띤다. 말

           나식은 아뢰야식의 의식작용[견분見分]을 자신의 주체적인 자아[자내아自內
           我]로 오인하면서 자신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집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

           다. 이런 집착으로 인해 말라식에서 네 가지 근본번뇌가 발생한다. 즉, 세
           상을 자기중심으로 바라보는 아견我見, 자기에 대해 애착하는 아애我愛, 자

           기라는 실체가 있다는 아치我癡, 스스로 잘났다는 아만我慢이 그것이다. 말
           나식이 일으키는 이와 같은 자아의식은 번뇌에 오염된 것이기 때문에 성

           도聖道를 방해한다. 하지만 완전한 불선不善이 아니라 무기無記의 성질을
           띠고 있다.



             제8식과 행위의 빅 데이터



             제8식은 모든 인식의 뿌리가 되는 것으로 달리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한다. 아뢰야식은 모든 행위 정보가 저장되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 같은
           것이다. 한 개체가 행한 무시이래의 모든 정보가 저장되기 때문에 선악에

           의한 인과응보가 가능하게 된다. 나아가 악인이 벌을 받고, 선인이 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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