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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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닿지 않는다.

              조주 화상은 ‘진주에 꽤 큰 무가 나오지!’라는 말로 선불장選佛場의 종가
            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므로 질문하는 스님에게 게으르지 말고 정

            진하여 부처가 될 것을 경책한다. 다만 아무리 이름난 특산지역이라 하더
            라도 다 명품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듯 기대에 저버리지 말고 열심히 정진

            하라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열린 마음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는 따지고 보면 자만自慢과 아집我執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가르침을 순리대로 따르지 않고 독선적으로 아집에 갇혀 자

            기를 그릇되게 하는 행위가 결국 명품으로 크지 못하고 중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마치 햇빛의 따가움이 싫다고 가지 밑에 숨어 있다가 결

            국 하품下品으로 전락하는 특산물의 신세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낙오하지
            않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자만과 아집은 개인의 문제

            다. 개인의 문제를 극복한다고 해서 낙오가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인
            간이란 본디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성과 패가 갈라질 뿐 아니라 구조적인

            낙오의 쓴맛도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핀란드의 교육현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점가에

            나온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파시 살베르그 지음, 푸른숲)은 우리에게 시사하
            는 바가 크다. 핀란드는 오래전부터 교육현장에 혁신과 창의, 협업이라는

            철학을 반영하는 것으로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교육을 펼쳐왔다. 1990년
            대 초 핀란드는 실업률이 20%에 이르고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

            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중위권에 머물러 누구 하나 주목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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