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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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었다.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핀란드 교육부는 네트
워크 설비 및 통신제조업체인 노키아 등 기업까지 포괄하는 특별위원회
를 구성했다. 특위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수학이나 물리학을 모르는 젊은이를 채용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실수하는 게 무서워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보다 창의력과 열린 마음을 없애서는 안 된다.”
핀란드는 이 말에 귀 기울였다. 지금은 학교시험을 일체 치르지 않고 숙
제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해마다 전 세계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수위
권을 달리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학교 건물을 지을 때 교사들이 참여해 학
생들이 존중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이 같은 핀란드의 교육철학은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사회교육문화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이
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낙오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는 다른 게 없다. 사회적 관계망에 따른 협업과 독창적인 의식의 발전을
기하는 것이다. 현 사회는 미디어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다른 사람들과 함
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감 능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철학이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문
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닐까? 이것이 또 세상의 가르침을 거스르지 않
는 시대 철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승가공동체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진주에서 큰 무가 나듯이 불교계에서도
조주종심과 같은 대종장들이 무수히 배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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