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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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흥법편」의 공헌은 불교 유입이라는 키워드로 삼국의 불교
유입 경로와 정착 과정을 한데 모아 보다 자세하게 정리한 것이라 생각된
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는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 경로와 안착하는 과
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삼국유사』 중에서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탑상편」을 들 수 있다. “「탑
상편」은 우리나라의 탑과 불상에 관한 ‘족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전편
이 전국 곳곳에 산재한 탑과 불상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만일 『삼
국유사』 「탑상편」의 기록 내지 언급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탑과 불상
이 그 유래를 찾지 못해 학술적으로 고아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을지 모른
다. 그만큼 현존한 많은 유적들이 『삼국유사』에 빚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단연코 일연 스님의 현장답사가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
져 있다. 『삼국유사』의 현장들 중 많은 부분을 직접 답사하여 확인함으로
2)
써 『삼국유사』 기록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관찬 사서로서 고려 건국 후 200년이 지난 시점에 전 시대
의 역사를 정리하여 고려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로 서술된 『삼국사기』와
확연히 다른 『삼국유사』의 특질 중 하나면서 승려이기에 더욱 가능했던
강점이라고도 하겠다. 즉 일연 스님은 무신란 이후 고려 후기 사회에 대
한 자각과 반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기준
을 불교에서 찾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고대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삼국사기』에서 제외된 고대문화, 특히 불교사를 중심으로 고기,
사지, 금석문, 고문서, 사서, 승전, 문집 등으로 광범하게 수집함은 물론,
2) 김대식의 ‘現場에서 읽는 『삼국유사』’ 27 「탑상편」 ‘남월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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