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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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거룩하십니다. 재산 많은 것도 복인데, 그토록 남을 잘 도와주시니

            그런 복이 어디 있습니까?”
              “이 고약한 놈! 내가 언제 남을 도왔어? 남을 돕는 것은 귀울림과 같은

            거야. 자기 귀 우는 것을 남이 알 수 있어? 네가 알았는데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인가? 그런 소리하려거든 다시는 오지 말어.”

              이것이 실지로 불공하는 정신입니다. 남 돕기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남 돕기는 쉬운데 소문 안 내기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내가

            자꾸 예를 들어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예 하나만 더 들겠습니다.
              미국의 보이스라는 사람이 영국의 런던에 가서 어느 집을 찾는데 안개

            가 심해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열두어 살 되는 소년이 나타나 물었습니다.

              “선생님, 누굴 찾으십니까?”
              “어느 집을 찾는데 못 찾고 있단다.”

              “저는 이 동네에 사는데 혹시 제가 알지도 모르니 주소를 보여주시겠
            습니까?”

              신사는 주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집은 마침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소년이 인도하여 안내해 준 집에 도착하니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집이
            었습니다. 하도 고마워 사례금을 주었더니 그 소년은 사양하고 결코 받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소년단원 회원인데 우리

            회원은 하루 한 가지씩 남을 도와주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선생
            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리겠습니다. 참 고맙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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