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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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고 있다. 때때로 절에 함께 가고 정진에도 같이 가며, 신행 정보를 나

            누기도 한다. 친구는 불교 공부를 하면서 힘을 얻더니, 육십이 넘은 나이
            에 노인상담심리학 박사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세상에 나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일찍 종교에 입문하지 못한 것이며
            가장 잘한 일이 늦게나마 종교를 가진 것이라며, 불교로 이끌어준 나를

            종종 사부님이라고 부르며 고마워하고 있다. 친구를 보면서 부처님의 가
            르침이, 한 사람을 얼마나 변화하게 만드는지, 또 힘을 주는지 알 수 있었

            다. 친구는 불교에 입문하기 전 남편을 하늘로 보냈는데, 그 슬픔을 정진
            으로 이겨내기도 했다.

              이번 결혼하는 막내딸의 결혼 100일 기도가 끝나는 날, 딸과 예비사위
            를 데리고 절에 가서 회향을 했는데, 밤새 3천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정말 잘했다! 나는 이제 한 번에 하는 3천배는 생각도 못하겠는데, 정
            말 대단해. 밤새 혼자 3천배를 하다니, 축하한다, 축하해.”



              결혼하는 딸에게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그런 그녀

            가 딸 결혼을 앞두고 남편에게 주례를 부탁해왔다. 주례를 부탁할 사람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딸애를 보아온 데다가 함께 정진하고 있

            는 남편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생각이 든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더라.”

              남편도 선뜻 응해 주례를 서게 됐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남편이 메
            일을 보내왔다. 주례사를 써봤으니 한번 봐달라는 것이다. 주례사는 짧고

            간단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서로에게 져주면서 살라는 것이 주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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