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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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효는 사람 사는 도리의 근본인데, 이러한 근본을 망각해서는 가정
의 평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골자였다. 길지 않은 주례사에서 반
정도는 효도에 대한 얘기를 한 것 같다.
“웬 효도 이야기를 그리 오래했어요?”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이랬다.
“효도는 고사하고 요즘 부모님을 너무 무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잠깐, 결혼 후의 우리 얘기다.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은 효자 중의 효
자였다. 시댁이나 우리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식탁에서의 부자 간의
대화 시간은 기본이 두 시간이었다. 흔치 않은 풍경이어서 처음엔 그 모
습이 좋아보였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정치 이야기에서 시작돼 친인척 간의
안부, 옛날 어린 시절 이야기 등 대화의 내용이 늘 비슷했다. 몇 년이 지
나도 변함이 없기에 한번은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똑같은 얘기 지루하지 않아요?”
“결혼을 해보니까,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혼자되신 아버지가 그렇게
외로워 보일 수가 없어. 그런 아버지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밥 먹는 시
간만이라도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거야.”
그 후 시누이들과 살던 아버님을 우리가 모시고 살 때도 식탁에서의
남편의 효도는 변함없었다. 몇 년 후, 아버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한 해 정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남편의 효도는 지극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반 년 정도 말씀도 못
하고 누워계실 때, 매일 아버지의 곁에서 잤던 남편은 아침이면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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