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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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9호                     긴 어둠의 터널같이 끝나지 않을
              어설픈 도공의 도자기 이야기 3
                                           것 같던 여름이 가고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이 왔다. 올 여름은

                                           그간의 액운이 나와 지인에게 덤벼
           과감한 실패                          들었던 해였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
                                           쳐 있었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하

                                           는 절망적인 생각도 여러 번 들었
                                           다. 제일 힘든 것은 그로인한 불면증
            김선미                            이었다.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으니
            도예작가
                                           잠을 도저히 이룰 수가 없었다. 더욱

                                           더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고 그리고
                                           피폐해지는 기분이었다.

                                             도자기 작업은 손도 못 대고 예민
                                           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 마음은 스스

                                           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가 삼재이
                                           지 지인들도 삼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들리는 소리는 무엇 하나
                                           희망적인 것이 없었다. 무탈하게 잘

                                           다니던 여행꾼이 아프리카 마다가스
                                           카르에 다녀와서 풍토병에 걸려 생
             소천素泉 김선미   귀신사에서 찻그릇을
                                           사를 오가지 않나 학교 교사로서 수
             보고 무작정 도천陶泉 천한봉 선생에게 입
             문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박하고 자        업시간에 농담 한마디 한 것이 문제
             연스러운 그릇을 만들기 위해 정진중이
             다. 현재 운산요雲山窯를 운영하고 있다.        가 되어 몇 개월간 징계로 이어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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