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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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서로에게 친절하라는 얘기도 법정 스님의 말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께서 일생에 딱 한 번 주례를 서셨는데, 주례사에서
저 말씀을 하셨다고 알고 있다. 남편과 동생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인생의 새 출발을
할 때 저 두 가지가 소중한 것만은 틀림없다 싶다.
법정 스님의 주례사에 비추어 30년이 넘는 결혼생활을 돌아본다. 책읽
기는 그런대로 실천한 것 같다. 남편도 나도 책은 원 없이 읽었고, 애들
에게 물려줄 것은 집에 있는 책뿐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불교에 대해 이
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때로 생겼던 위기감도 그것으로 극복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친절에선 많이 망설여진다. 다정다감한 남편에 견주어 무뚝뚝
한 나 때문이었을까, 남편은 예전에 비해 잔소리도 많아졌고, 잘 져주지
도 않는다. 친구의 말처럼 내가 잘못한 게 아닐까 싶다. 더욱이 애들에게
‘엄마, 아빠한테 친절하게!’ 하는 소릴 종종 듣고 있으니까, 또 애들이 이
부분은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니까 친절에 대해서 자신이 없
는 것은 사실이다.
뭐니 뭐니 해도 기막힌 주례사는 법륜 스님의 ‘상대방에게 덕을 입으려
고 하지 말고 내가 상대방에게 덕을 베풀고 살아야 행복한 결혼이 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인 것 같다. 돌아보니 내가 친절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
도 저 진리에 가까운 말씀을 어기고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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