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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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스승인 남전南泉 스님 사이의 대화다. 『조주록』 전반부 상당법어上堂

            法語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상당법어란 법당의 가장 윗자리에 올라 여러
            사람들에게 펼친 법문이라는 뜻이며, 상당법어를 할 수 있다는 건 부처님

            버금가는 도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본문에서 ‘마음이 달처럼 환해
            졌다’는 건 삶에 대한 해답을 비로소 얻었다는 비유로 읽을 수 있다. 소위

            ‘깨달았다’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실제로 조주문도 이후부터 조주는 제자
            들의 여러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해주는 ‘인생 척척박사’로서의 위용을 한

            껏 드러낸다.
              평상심平常心은 ‘편안하고 평화로운 마음’이 아니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마음’이다. 욕심 분노 혐오 모멸 냉소 쾌감 만족 달관… 살
            다보면 어떤 마음이든 일어날 수 있다. 살아있으니까 그런 것이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 것이다. 잘 살고 싶으니까 성질도 내고, 계속 이러다간 자살
            할 것 같으니까 애써 체념하는 것이다. 마음들에는 좋은 마음도 나쁜 마

            음도 잘난 마음도 못난 마음도 있다. 이런저런 마음들을 두고 선악을 논
            할 수는 있으나 진위를 논할 수는 없다. 이미 나타나서 분명히 실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마음이든 그 자체로 진실하다.
              ‘평상심이 도’라는 것은 마음들이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고,

            적절히 감내하고 처리하면서 마음 잘 다스리라는 뜻이다. 괴로움을 부정
            한다고 괴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괴로움을 회피한다고 괴로움이 떠나

            가지 않는다. 괴로울 만하니까 괴로운 것이고 살아있는 한 괴로울 수밖에
            없다. 또한 한때 즐거웠으니까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오

            르내리는 마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삶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삶이라는 강물 위를 떠다니는 나뭇잎이거나 비닐봉지다. 괴로움은 잊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삶이 알아서 지워준다.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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