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19년 11월호 Vol.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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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자르기 아까운 통소나무를 혹시나 작은 한옥을 한 채 지을까 해서

           보관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 내가 저 나무로 집을 지을 일은 없을 듯 했다.
           솜씨 좋은 후배에게 사정하다시피 가져가게 하고 필요 없는 것은 다 치우

           니 속이 후련했다. 이것만 가지고도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다니 ….
             섭갹담등躡屩擔簦은 나의 젊은 날부터의 바램이었다. 나는 언제 바랑

           하나에 내 삶의 짐을 넣고 가볍게 떠날 수 있을까 늘 초심으로 다짐하고
           경계할 일이었다. 내가 열정이나 추진력이라고 착각하고 즉각적으로 일

           을 벌이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일들. 지금도 바로 알아채진 못하지만 달
           라졌다면 지금은 조금 지켜본다. 그리고 되도록 일상을 단조롭게 만들려

           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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