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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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때의 본분사를 일러보라. 내가 너의 공부를 가늠해보려 한다.” 향엄은
그러나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스승의 가르침을 청했다. 이에 위산은 “내가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네가 스스로 일러야 비로소 너의 안목이 열릴 것
이다.”고 답했다. 향엄은 스승에게 이를 답을 찾기 위해 온갖 서적을 뒤
졌으나 어디에서도 합당한 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향엄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경권과 책자들을 불살라버렸다. 이것이 향엄이 선에 열중
하게 된 계기다.
“스스로 말해야 안목이 열린다”
『무문관』 제5칙에 나오는 이 공안은 향엄이 스승의 가르침에 영향받은
데 기인하고 있다. 책에서 찾을 수도 없거니와 웬만한 수행능력으로서도
풀 수 없는 대표적인 공안이다. 입을 열면 떨어져 죽을 것이 확실하고 그
렇다고 아무 답을 해주지 않으면 묻는 이에 대한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인 것이다. 한마디로 궁지에 몰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면 통한다는 말이 있
다. 궁즉통窮卽通이 그것이다.
언어는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다. 눈으로도 말할 수 있고 손으로도
말할 수 있으며 발로도 말할 수 있다. 이것을 일러 신체언어라 한다. 일명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다. ‘보디랭귀지’는 때에 따라선 논리적 언어보다
설득력을 더할 때가 있다. 특히 외국어를 모른 체 해외여행을 나서는 사람
들로선 언어 소통을 위해 ‘보디 랭귀지’에 각별한 재능을 보여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말은 통하지 않는데 위급한 상황을 맞았다
고 가정해보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보디랭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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