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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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하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

           하는 기술의 핵심은 그 사람의 음조, 몸짓, 표정 등 신체언어를 정확하게
           해독하는 능력이다.”

             말에 격조가 있듯이 신체 언어에도 격조가 있다. 말에 거짓말이 있듯
           이 신체 언어에도 거짓됨이 있다. 다시 말해 신체 언어도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써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심을 듬뿍 담아 신명나
           게 표현해야 상대방도 기꺼이 신체 언어를 수용하게 된다. 잘못 표현된

           신체 언어는 생각지 못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선사들의 법거량에서도
           ‘보디랭귀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棒을 사용하는 덕산 선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사들도 덕산 선사 못지않게 무애행無
           碍行으로 진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강(田岡, 1898-1975) 선사는 어

           느 날 법당에서 요사로 가던 중 오줌이 급했다. 선사는 참지 않고 시원하
           게 방뇨했다. 그때 원주가 이 광경을 보고 소리쳤다. “어느 놈이 법당 앞

           에서 오줌을 누느냐?” 그러자 선사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처님의 진신인데 어느 곳을 향해 오줌을 누란 말이냐?”

           시원한 방뇨를 통해 일갈하는 한 광경이다.



             향곡은 고봉의 다리를 바늘로 찔렀다



             고봉 화상과 향곡 스님의 바늘 일화도 유명하다. 고봉 화상이 누더기
           를 깁고 있는 향곡 스님에게 물었다. “바느질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향

           곡 스님은 누더기에서 바늘을 빼내 고봉 화상의 다리를 찔렀다. 고봉 화
           상이 “아야!” 하니 다시 바늘로 다리를 찔렀다. 그러자 고봉 화상이 “그

           녀석, 바느질을 곧잘 하는구나.” 했다. 이것은 젊은 수좌의 바느질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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