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9년 12월호 Vol.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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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교 관련 책을 읽으면서 수행으로 내 삶을 다져갈 수 있는 것에 무한

           히 감사해 했다. 망망대해와도 같은 삶의 바다를 항해해가면서 불교라는
           나침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얼마나 깊이 감사했던가. 삼십대 중반부

           터 수행자들을 만나 그분들의 삶을 듣고 글을 쓰는 일은 또 얼마나 기쁘
           고 감사한 일이었던가. 또한 동일한 가치를 지닌 도반들과 함께 정진했던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다
           시 돌아간다고 해도 소중한 그 시간들을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겠

           나 싶을 정도로 불교와 만나면서 얻은 축복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결혼을 전후해 가족을 위

           해 적극적인 기도를 해왔나 싶은 것이다. 현실생활에서 생기는 화살을 맞
           고 나서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수용하는, 그것도 한참이 지나

           고 나서야 마지못해 수용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다시 돌아
           간다면 남편을 위한 기도, 애들을 위한 기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이웃들에 대한 기도도 덧붙이고 싶다.
             기도란 그 일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는 것이며 정성스럽게 기도한 내용

           을 실천하는 일일 테니 말이다.
             어줍지 않게도 무엇을 바라며 갈구하는 것을 기복이라 여기고 기도다운

           기도를 변변하게 하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박사 논문을 불상에 대해 쓸 정도로 불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심

           정적으로 불교인이라 자부하고 있던 친구가 있다. 자기가 기도해 주고 싶
           은 사람을 떠올리면서 간혹, 108배를 하던 리더십이 유난히 뛰어난 친구

           였다. 그러다가 사업이 잘 안되면서 부도를 맞고 파산상태가 되어 극단적
           인 생각을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친구에게 다가

           온 이들이 교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적극적이었다. 함께 울어주고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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